어떤 얼간이들일까? - 등장인물
‘얼간이’,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나더라 누군가 얼간이라고 한다면 굉장히 기분이 나쁠 법한 수준의 느낌을 주는 단어인데요. 어떤 주인공들이길래 영화의 제목이 <세 얼간이>가 되었을까요? 첫 번째 얼간이, ‘란초다스 샤말다스 찬차드’입니다. 이름이 매우 깁니다. 줄여서 ‘란초‘라고 통하며, 세 얼간이의 중심에 서있는 대표 얼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괴짜 천재 공돌이입니다. 란초는 모자란 것 없는 집안 환경과 재능까지 좋은 스펙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관습에 반감을 느끼며 남이 바라는 인생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스스로만의 인생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똑똑한 머리와 말재주로 교수에게 교수법을 지적하는 등 여러 사람을 당황시킵니다. 친구에 대해서는 진심이며, 그들의 고민을 스스로의 고민처럼 고뇌하여 좋은 길을 제기해 주는 조언자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얼간이는 ‘파르한 쿠레쉬’입니다. 줄여서 ‘파르한’으로 불리는 얼간이로 본 영화의 화자입니다. 파르한은 꽤나 재능도 있었고, 하고 싶었던 일이었던 ‘사진작가’라는 본인의 꿈을 포기하고 부모님의 강권에 이기지 못해 ‘엔지니어’가 되었습니다. 파르한의 교육과 관련해서,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수동적으로 부모와 학교가 이뻐하는 대로 자란 전형적인 학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르한은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기 너무도 힘듭니다. 마지막 얼간이의 이름은 ‘라주 라스토기’, 줄여서 ‘라주’라고 불리는 친구입니다. 앞서 두 얼간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집이 가난하며, 신실한 힌두교인입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운명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신에게 기도한다거나 미신이나 운명론을 믿는 사람입니다. 모든 손가락에 각자 의미가 있는 반지가 끼여져 있습니다. 라주의 아버지는 전신마비에 걸려 병상에 누워있고,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한 누나와, 교직에서 은퇴한 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라주는 집안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공돌이 세 명의 이야기 - 줄거리
엉뚱하기 그지 없는 세명의 공학도, 공돌이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꽤 시간이 지난 시점에, 란초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파르한과 라주의 화들짝 놀란 반응으로 시작됩니다. 세 주인공, 세 얼간이는 인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명문 대학교인 ICE(Imperial College of Engineering)의 룸메이트였습니다. 대학교 입학에 맞추어 학교에 도착한 셋은, 가자마자 선배들이 준비한 지독한 신고식에 끌려가게 됩니다. 팬티를 살짝 벗기고 엉덩이 위에 도장을 찍은 악습이었습니다. 여기서 란초는 선배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방으로 도망치고, 열받은 선배는 "당장 나오지 않으면 문 앞에 오줌을 싸겠다"며 경고합니다. 그 짧은 10초, 열을 세는 동안, 천재 란초는 전기충격기를 만들어 문틈으로 내어 놓고, 소변을 보는 선배에게 짜릿한 선물을 줍니다.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란초였습니다. 이후 바이러스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대학교 총장 비루 사하스트라부떼에게 한 방 먹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수업에서 바이러스 교수는, 자기가 학생 일 때 만난 교수님이 이 펜을 보여주며 능력 있는 학생이라며 펜을 선물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네와 같이 능력 있는 학생을 훗날에 만나게 되면 이 펜을 전달해 주라고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32년째 그 후임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란초는 이 말을 듣고, "우주 비행사는 연필을 왜 쓰지 않았을까요? 그럼 수백만 달러를 아꼈을 텐데요."라고 한 방 먹입니다. 말문이 턱 막힌 바이러스 교수는 황급히 자리를 피합니다. 파르한은 이런 란초를 보고 '란초는 바이러스의 둥지에 온 자유로운 영혼의 새'라고 표현합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 치른 시험의 결과가 나오는 날, 신을 좋아하는 라주를 비롯해 학생들은 각자의 신에게 점수가 잘 나오게 해달라고 빌지만 그런 게 통할리 없습니다. 파르한은 꼴찌, 라주는 파르한을 이어 뒤에서 2등을 합니다. 1등은 다름 아닌 란초였습니다. 여러 에피소드를 지나 회상을 끝내고 현시점으로 돌아와 란초를 만나러 간 파르한과 라주 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란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집에는 란초라는 이름의 졸업장과 함께, 파르한과 라주가 알고 있는 란초의 사진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의 사진이 잔뜩 걸려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따라가서 성공한 세 얼간이 - 감상평
저는 10여년 전 고등학생 때 영화 <세 얼간이>를 보게 되었습니다.(당시엔 아마 국내에 들어왔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Three Idiots라는 원문으로 된 제목이었고 자막이 붙은 영화 파일을 받아서 봤습니다.) <세 얼간이>는 제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발리우드, 인도 영화였습니다. 상영시간도 171분으로 거의 3시간에 육박하는 시간입니다. 대학 입시공부에 한창이었던 시기여서 그랬을까요? 영화 주인공들이 보내는 독특한 대학생활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인도영화의 특징인 것일까요? 중간중간 주인공들이 춤추고 노래 부르는 장면들은 흡사 뮤지컬이 떠오르게 했습니다. ’All is well‘이라는 말의 단순하면서도 좋은 의미에 반해서 한동안 되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란초를 비롯한 세 명의 얼간이(idiot)의 말도 안 되는 행보는 심장을 뛰게 했습니다. 틀에 박힌 입시제도 아래에서 구속된 채 살고 있는 당시의 모습을 하루빨리 벗어던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성인이 된 이 시점 다시 본 감상은 꽤 달라졌습니다. 결국에 영화에서 메시지로 전하는 바는,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공학이 좋았던 란초는 사실은 이름을 빌린 정원사의 아들이었고, 현시점에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연구를 하며 여유롭게 살아갑니다. 부모님의 기대를 못 이겨 공대에 온 파르한은 원래부터 하고 싶었던 사진작가 일로 성공합니다. 최근 들어 진심으로 내가 잘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어릴 적부터 알게 모르게 주입되어 온 사회적 압박 속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대학 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한 이 시점에 바라보는 영화의 메시지는 또 다른 감회를 선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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